눈 깜빡하니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아무리 쇼핑이 주 목적인 여행이라곤 하지만 2박 3일은 너무 짧은 기간이긴 한가보다. 체크아웃을 하고 도쿄역으로 가서 공항버스 티켓을 끊은 뒤, 마지막 일정인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하지만 신작을 찾아보거나 캐릭터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가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아님에도, 일본에 가면, 그중에서도 도쿄에 가면 아키하바라는 꼭 가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K-드라마가 있다면 일본에는 J-애니메이션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애니메이션 시장은 굉장히 스케일이 크고, 시장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고 있다. 그런 명성에 맞게 재밌는 피규어와 굿즈들이 많았으며, 길가에 있는 뽑기 피규어를 구경하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보여 팀원들과 여자친구에게 줄 피규어를 구매했다.
점심은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라멘집 간판에 그려진 츠케멘이 맛있어 보여서 즉흥적으로 들어갔다. 원래 계획은 근처에 있는 유명한 돈까스 집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오픈 1시간 전에 갔는데도 사람이 20명 넘게 줄을 서 있었고, 마지막 날까지 웨이팅을 하고 싶진 않아서 바로 옆에 있는 라멘집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즉흥적으로 들어간 라멘집 치고는 퀄리티가 괜찮았다. 츠케지루의 풍미가 뛰어났고, 온도나 농도도 적절해서 굉장히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내가 오픈하자마자 입장해서 첫 번째 손님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매장 앞에 사람들이 꽤나 기다리고 있는걸 보고 괜히 뿌듯했다.
점심을 먹고는 마지막 쇼핑을 위해(그놈의 데님 자켓) 에비스로 향했다. 여기서 데님 자켓을 못 건지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했다. 가장 먼저 에비스 쇼핑 포스팅에서 추천한 빈티지샵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는 바람에 구경하지 못했다. 그다음으로는 복각 데님 브랜드인 웨어하우스 매장에 가서 데님 자켓 여러 라인을 입어봤는데, 원단이나 마감 퀄리티는 지금까지 봤던 데님 중에 제일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팔이 짧은 탓에 내 몸에 맞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구매하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캐피탈에서 결국 마음에 드는 데님 자켓을 구매했다. 해당 제품을 보고는 당연히 사이즈가 없겠거니 해서 고려하지 않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이즈 여부를 여쭤봤더니 풀 사이즈라고 한다. 놀라서 바로 큰 사이즈들을 보여달라고 했고, 그중 6사이즈가 가장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다(한국에 돌아와서 몇 번 입어보니 6사이즈는 조금 큰 느낌이고 5사이즈 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고 바로 도쿄역에서 나리타 공항행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분명 48시간전쯤에 같은 버스를 타고 도쿄로 들어가고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니 새삼 짧다는 게 실감 났다. 공항에 도착해서 마지막 끼니로 카츠 정식을 먹었다. 공항에 있는 매장치고는 굉장히 훌륭한 퀄리티와 서비스에 놀랐다. 육질이 부드럽고 튀김옷은 바삭함이 오래 유지됐고, 모든 소스들과 밑반찬들이 과하지 않게 조화가 좋았다. 카츠 정식+맥주 한 잔+후식 아이스크림까지 해서 총 4만원 정도 나왔다. 역시 가격이 비싸서 맛있을 수밖에 없었던 건가 ㅋㅋ
마일리지로 예약한 아시아나 항공을 마지막으로 짧지만 굵었던 2박 3일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혼자 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장단점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느꼈다. 오로지 나만의 템포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큰 장점이지만, 이 여행에서 내가 느낌 좋고 나쁜 감정들을 나눌 메이트가 없다는 건 아무래도 아쉬울 다름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하고,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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